

나에게 책을 내민다.
괜찮아, 엄마는 널 믿어.
11년 전이었던가?
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호는
말 그대로 끼 많고 놀기 좋아하고
이 세상에 안 해본 머리 없이 원 없이
하고 다녔던
참 독특한 녀석이었다.
그런 그가 불쑥 8년 만에
찾아와서 나에게 책을 내민다.
이제 결혼도 했고
남들이 알아주는 직장도 다니고
참 꼴통이었던
그가 제대로 정신 차렸다고
예전에 샘하고 공감했던
이야기들이 생각나서
보고 싶었다고 찾아왔다.
헤어디자이너가 왠지
고교 담임이 된 그런 기분이랄까?
책을 읽으면서 그랬구나.
그랬었구나.
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된다.
그때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머리를 잘라주었다면
이제는 아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머리를 잘라주었다.